졸혼 부부가 이혼하지 않으면서도 각자 자신의 삶을 즐기며 자유롭게 사는 생활방식.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2004년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의 저서 <졸혼을 권함>을 통해 알려졌다.
오랜 결혼생활 이후 인생의 막바지에 이혼을 하는 '황혼이혼'과는 결혼생활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졸혼 현상은 늘어난 기대수명과도 관련이 있어 인생을 치열하게 살고 난 후 자신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이러한 현상이 늘었다는 분석이 있다. ('다음'에서)

시어머님이 이불이랑 옷 가방을 들고 양평 아들에게 오신 지 넉 달이 지났다. 갑자기는 아니었고, 긴 시간 부부갈등이 있었기에 몇 년 전 추석에
"아무 때나 저희 집으로 오셔요."
했는데 친정아버지가 먼저 우리 집으로 오셔서 어머님께는 기회가 사라졌다. 아니, 늦춰졌다. 늘 죄송했다. 그러다 작년 봄, 아버지가 이 버겁고 힘겨운 세상을 마지못해 떠나셨다.
나는 당연히 어머님 맞을 마음의 준비를 했다. 장례, 형진이 결혼, 시간은 바쁘게 지나갔고 어머님과는 날마다 통화를 하면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남편의 사역지를 찾아야하는 일이 생겼고 어디가 되든지 옮기는 곳으로 함께 가시면 되겠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어머님께 계속 희망을 드렸던 거다. 마지막 순간에도 내 마음에는
'이렇게 같은 말을 반복하고, 강릉 심목사님, 이모님, 외삼촌님, 그리고 두 아들을 힘들게 하느니 차라리 양평으로...'
이렇게 정했다. 강릉이 멀기에 양평에 매인 남편이 가지 못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무엇보다도 같은 일이 반복되는 상황과, 춘천 외숙모님 댁까지 가시겠다고 연락드렸다는 게 내겐 큰 충격이었다.
"내가 우진이와 함께 지낼 테니 에미가 양평으로 이사하자.'
그만큼 절실하셨던 어머님.
지난 3월, 4월 두 달은 참 평안했다. 막다른 골목까지 온 상황이었다는 게 죄송했다. 그러다 지난 5월 누나가 다니러 왔고, 유진아빠가 새로운 일터로 옮겼는데 멕시코 지사장 자리다. 그래서 곧 나가야한다고 해서 아버님께서 양평에 오셨다.
그간 날마다 하루 세 통 전화로 어머님과 소통하셨던 아버님.
두 분은 62년째 부부시다. 62년 역사를 어찌 한 권으로, 한 페이지로, 한 줄로 평가할 수 있을까?
3월 1일 그날부터 아버님은 하루 세 번 전화를 하셨는데 어머님이 너무너무 힘들어하셨기에 아들이 문자로 일주일에 두세 번만 전화하시라고 했지만 아버님은 아들 없는 시간에 꼭꼭 전화를 하셨다. 그러다보니 아버님의 일상을 알게 되신 어머님은 신경 쓰실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잠 못 주무시는 시간도 당연히 많아지고 건강은 나빠지시고...
누나가 왔다. 유진이 아빠가 멕시코에 가야 한다고 했다. 가족이 모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두 분 사이 긴장감으로 둘째아들이 떠나기 전에 삼남내가 부모님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짓자고 했지만, 그래서 손주들은 안 모였는데... 서로 용기가 없었다. 좋은 자리였다. 딸이 멀리서 왔고, 아들이 멀리 가지만 현역으로 계속 일할 수 있으니 축복할 시간이었다. 슬그머니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지나갔다.
그 후, 아버님은 오시고 싶을 때 오셨고, 어느 주일 목사님 설교 말씀에서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셨던 어머님은 울면서 아버님과 통화, 내가 집으로 가야겠다고~!
아버님이 충분히 오해하실만 했다. '오고 싶으면 지난 날 모든 것 사과해라, 그런데 함께 살 자신은 없다. 당신도 날 보고싶어하는구나...' 등 졸혼이 절대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다. 뒤늦게 어머님은 '아버지를 떠보려고 했지. 난 절대 강릉 안 간다. 것봐라. 아버지는 평생 안 바뀐다.'
아버님은 어머님 환대에-안아서 맞이하심-다시한번 졸혼이 아님을 확신하시고 이렇게저렇게 몸이 탈 나면서 이사를 말씀하셨다. 내 입장에서는 겁이 났다. 어머님의 진심을 모르시는 아버님이 가깝게 오시면 분명히 어머님은 힘 드실 테니
'저희가 이곳에 언제까지 있게 될 지 모르기에 강릉을 정리하고 이사까지 하시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답을 드렸다. 많이 섭섭하셨던 모양이다. 두 분 사이에서 내 판단이 생기지만 실은 솔직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점이 있어서 답답하기만 하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시는 아버님, 속을 안 보이시고 오해하시는 어머님🥰

흰 머리, 구부정한 등, 느린 걸음으로 두 노인이 다정하게 걷는 모습을 보며 우리 부모님 모습도 그랬으면 하고 그려왔는데-친정 엄마가 일찍 가셨기에 시부모님께서는 오래오래 함께하시리라 기대했는데...난 여전히 '졸혼'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이란 두 사람이 서로 양보하며 이해하며 살아가야 하지만 특별히 한 사람이 더 양보하고, 희생까지 필요하고 서로가 그 점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안 싸우고 평화가 이어진다⭐